마을이야기

2023.3.7 구럼비 기억의 날

센터알리미 0 868 2023.03.07 15:22

2023.3.7 구럼비 기억의 날 

 

강정이 말한다, 전쟁을 멈춰라. 

 

2012년 3월 7일 제주 해군기지는 강정 해안을 이루던 거대한 바위 구럼비를 파괴해 건설됐다. 구럼비 발파라는 자연에 대한 학살에 맞서 강정주민들과 전국, 전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은 맨몸으로 저항했다. 국가는 경찰과 사법부를 동원해 체포, 구속, 기소했지만 탄압은 저항을 멈추지 못했다.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끈질긴 저항은 전국, 전 세계적인 연대를 가능케 했고 그 연대의 힘은 11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구럼비 발파라는 아픔 속에서도 끝내 싸움을 포기 하지 않는 희망의 증인으로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다. 

 

그러나 오늘, 제주가 처한 군사화의 문제는 평화의 섬 제주를 염원한 많은 사람들의 의지를 배반하고 있다. 얼마 전 최신의 전투력을 보유한 미 이지스함 라파엘 페랄타가 강정에 기항했다. 대만과 중국, 북한과 남한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현 시점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기항을 단순한 방문으로 볼 수 있는가. 더구나 주한미군과 한국 국방부는 연합 상륙훈련을 부활해 한미연합훈련을 강화할 것임을 밝혔고 이에 북한은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남북 관계의 긴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전쟁도 불사할 각오로 진행되는 무력 행사는 평화가 아니라 무력 분쟁을 불러온다는 것을 윤석열 정부가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또한 제주 제2공항의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소식은 결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강정의 아픔을 재현하는 것 같아 참담하다. 강정마을이 겪어야 했던 찬반 갈등으로 인한 공동체의 해체, 해군기지 건설이 불러온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는 제주 군사화를 마주하며 예상이 현실이 되는 불안한 오늘을 살고 있다. 제2공항이 강행되는 것은 강정의 비극을 재현하는 것이며, 공군기지 건설로 제주의 군사화를 강화할 것이 분명하기에 우리는 환경부의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를 강력히 규탄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의 비극이 1년을 넘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가족을 잃거나 삶의 터전을 빼앗긴 채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강정은 군사기지와 이웃하고 있기에 평화의 섬 제주가 전쟁에 협력하고 군사적 대결의 장이 되고 있는 것에 책임을 느끼며 모든 전쟁 중단을 호소한다. 또한 70년 동안 분단 상태에 고착된 채 군사적 대결이 강화되는 폭력의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남북한은 평화적 협력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구럼비를 기억하는 오늘, 환경부의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를 강력히 규탄하며 강정의 아픔이 재현되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 

 

-. 강정이 말한다. 전쟁을 중단하라. 

-. 우리는 살고 싶다. 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 

-.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규탄한다. -. 동북아시아 군사경쟁 최전선이 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폐쇄하라. 

 

 

 

2023.3.7.

강정해군기지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 

3.7 구럼비 기억의 날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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