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강우일 주교님 강정생명평화미사(4월)

센터알리미 0 211 04.28 13:58

[부활 제2주간 수요일 2022.4.27./강정]

사도.5,17-26 요한 3,16-21

 - 강우일(베드로) 주교


오늘 첫째 독서에서 대사제와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시기심에 가득 차 사도들을 불잡아다가 공영 감옥에 가두었다. 여기서 '시기심에 가득 차서'라는 말은 Zelos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누군가의 성공에 대하여 부정적인 감정, 질투의 의미도 있지만, 무엇인가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과 열성을 뜻하는 의미도 포함된다. 예수님의 제자들을 옥에 잡아넣으려고 대사제의 위임장을 받아들고 다마스코까지 달려간 사울이 바로 이런 을법에 대한 열성에 가득 차서 전국을 휘젖고 다닌 것이다. 오늘 독서에 나오는 대사제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단순히 질투심에서 사도들을 옥에 가두었다기보다는, 율법에 대한 열성에 북받쳐서 자기들로서는 하느님께 대한 충성심과 신념 때문에 유다인들의 고귀한 신앙의 전통이 훼손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그런 행동에 나섰던 것이다.

 

그들 스스로는 하느님을 믿고 그 믿음에 대한 충성과 유다 민족의 안전을 걱정하여 책임을 다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공경하고 믿고 희망하던 하느님의 가장 큰 선물을 배척하고 거부했다.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시고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을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심판을 받았다. 모든 생명의 주인이신 분, 빛이신 분을 배척했기 때문에, 스스로 빛을 꺼버리고 어둠 속에 갇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요한 복음사가가 '하느님께서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셨다.'고 표현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느님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을 증오하고 배척하고 박해하고 배신한 모든 이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당신을 거부하고 저주하고 매질하고 모욕하고 짓밟은 이들에 맞서 항거하지 않고 앙갚음하지 않고 묵묵히 참아주시며 우리 인간들에 대한 사랑을 보여 주셨다. 그것이 너무나 사랑하셨다는 표현의 의미다. 태초로부터 뒤틀린 인간들의 역사, 카인이 아벨을 죽이고, 야곱이 에사우를 속이고, 야곱의 아들들이 막내 요셉을 팔아먹어 형제지간에 서로 밀어내고 짓밟아 갈라지고 찢기고 파괴된 세상이 다시 치유하고 회복하고 화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이 예수 그리스도가 실현하신 사랑뿐이었다. 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음은 인간이 스스로 생명과 빛에서 멀어지고 제 발로 어듬으로 걸어 들어가는 심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느님이 인류 전체의 구원을 위해 아브라함을 통해 특별히 선택하시고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과 행적으로 오랜 세월 인도하시고 가르치신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가장 큰 은총을 거부한 것이다.

 

오늘의 세상은 어떤가? 현대의 인류는 하느님이 주신 지식과 기술을 자신들이 창조한 것처럼 착각하고 그것으로 만들어 낸 물질적 풍요에 탐닉하고, 더 풍요로워지기 위해 무한정으로 성장과 발전을 우상으로 섬기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금권을 숭배하고 추종하고 신앙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주식에, 부동산에 영혼을 팔아넘기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힘들어하지만, 지난 3년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구매한 어마어마한 백신을 만든 제약회사에는 얼마나 엄청난 돈이 흘러 들어갔을지 아무도 짐작도 못한다. 그런 엄청난 재력은 세계를 더 옴짝달짝 못하게 장악할 것이다.

 

며칠 전에 슬리퍼 사러 제주 번화가 칠성로에 갔더니, 문 닫은 가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런 작은 가게들이 문을 닫는 대신, 비대면 시대에 대부분의 상권과 유통의 통로를 장악한 공룡기업들, 아마존이나 카카오 같은 대기업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세상의 재화를 독점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젊은이들은 배달 라이더가 되어 목숨을 걸고 길바닥을 누비며 재벌들의 종으로 피딸 흘리고 있다. 엊그제 전기차 팔아서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된 머스크란 사람은 트위터를 55조원에 사들였다고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일이지만, 돈 가진 사람이 언론을 지배하고 여론을 조종하고 사회와 정치권까지 송두리째 지배하려고 한다. 인류는 잘못된 선택으로 스스로 생명과 빛으로 나아갈 길을 차단하고 어둥과 죽음으로 나아가는 길을 걷고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죄 없는 민간인들, 젊은 병사들, 러시아 병사들이 죽어 나가고 몇백만의 시민들이 고향과 집을 빼앗기고 난민으로 흘어져가고 있지만, 그들을 죽이는 미사일과 탱크와 전투기를 만들어내는 방위산업체, 무기상들은 떼돈을 벌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는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전쟁으로 고통당하는 우크라이나를 돕는 수단으로 무기를 계속 공급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 국제무기상들이 대목을 보도록 봉사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각국 정부와 지도자들은 국민을 지킨다는 핑계거리로 더 고성능 무기를 실험하고 배치하며 군비증강에 더 열과 속도를 내고 있다.

  

이렇게 고통과 슬픔의 난장판을 만드는 세상을 하느님이 어떻게 사랑하실 수 있을 까? 이 아수라장을 만드는 세상을 하느님은 사랑하시기 때문에 참고 참고 견디고 계신다고 생각된다. 하느님의 고통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으로 끝나지 않았다. 인간들이 예수님을 거부하고 못 박았듯이 예수님의 작은 형제 자매들을 끊임없이 못박고, 고통 주고 죽이고 있다. 그래서 하느님은 오늘도 이 인간들의 폭력 때문에 고통당하시고 아파하시고 괴로움의 비명을 지르고 계신다. 오늘 우리는 이 미사에서 그 하느님께 사죄와 용서를 구하는 기도에 마음을 모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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