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강우일 주교님 강정생명평화미사(5월)

센터알리미 0 12 17:37

부활7주간 수요일 2026.5.20. 강정

사도 20,28-38 요한 17,11-19

 

예수님이 세상을 떠나실 순간이 임박해왔을 때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당신이 세우신 제자들의 공동체 즉 교회였고, 사도 바오로도 에페소를 떠나면서 역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3년을 밤낮으로 쉬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을 다해 가르치고 키워온 에페소의 제자 공동체다. 예수님도 그렇고 사도 바오로도 이 세상 아무런 미련도 걱정도 없는 분들이다. 세상에 쌓아놓으신 재산도 없고, 권력도 명예도 쓰레기처럼 여기신 분들이다. 유일하게 마음이 쓰이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들이 온 삶을 쏟아 부어 세워놓으신 제자들의 공동체다. 예수님도 바오로도 그리스도 공동체가 와해되지 않고 굳건히 진리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지키며 생존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신다.

 

예수님은 이렇게 기도하셨다. ‘저는 이들과 함께 있는 동안, 아버지께서 제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예수님에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이란 무엇일까? 아버지의 이름은 제자들을 하나로 붙여서 떼어지거나 분리되지 않게 하는 접착제 같은 것이 아닐까?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당신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그 사랑 안에서 아버지의 본질, 자녀를 온전히 서로 하나로 엮어버리는 강력한 고리와 힘을 발견하신 것이 아닐까?

 

사도 바오로도 에페소의 원로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 내가 삼 년 동안 밤낮 쉬지 않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며 늘 깨어 있으십시오. 이제 나는 하느님과 그분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 그 말씀은 여러분을 굳건히 세울 수 있고, 또 거룩하게 된 모든 이와 함께 상속 재산을 차지하도록 여러분에게 그것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에 의하면 에페소의 제자들이 그리스도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세상에 휘말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주님 말씀 안에 머물고 말씀을 되새기고 말씀을 양식으로 살며 깨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를 끊임없이 흔들어 무너뜨리려고 한다. 교회는 초창기부터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처럼 흔들렸다. 우리는 주일마다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믿는다고 고백하지만, 2천 년을 살아오는 동안 교회 공동체 안에는 일치를 훼손하고 무너뜨리는 불순물이 끊임없이 침투해 들어왔다. 처음부터 각종 이단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났다. 동방정교회가 갈라져 나가며 교회가 동서로 두 쪽이 났고, 서방 교회가 또 종교개혁이란 이름으로 프로테스탄티즘이 갈라져 나가며 또 반토막이 떨어져 나갔다. 결과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같은 신앙고백을 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파를 이루고 분열과 갈등의 과정을 반복하며 산산조각이 되어버렸다.

 

악의 세력은 다양한 방법으로 교회 공동체 안에 불순물을 투과시키면서 분열을 일으킨다. 때로는 재물의 유혹으로, 때로는 육욕의 덫으로, 때로는 권력의 매력으로, 때로는 명예를 쫓는 허영으로 우리가 주님의 말씀에서 떨어져 나가도록 흔들어댄다. 세상이 제공하는 이런 것들은 다 탐스럽고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만, 공중에 떠 있는 수증기 입자를 통해 반사되어 보이는 허상, 딥페이크이고 신기루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리는 그런 공중에 떠 있는 헛것이 아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기도하신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진리란 무엇일까? 베네딕토 16세가 반포하신 회칙 진리 안의 사랑에 보면 예수님이 우리에게 명령하신 사랑이란 우리가 개인적인 관계로 만남을 갖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사이에서 실현하는 미시적인 사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정의의 실천을 통해서 구현하는 거시적인 사랑으로까지 나아가야 그리스도의 사랑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강한 톤으로 부르짖으셨다.

 

주일 강론에서 사제들이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실현해야 할 정의에 대해, 세상이 마땅히 지키고 수호해야 할 진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를 거북하게 여기고 안 좋아하는 신자들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제들이 사회문제, 노동문제에 대해 언급했다가는 공동체의 평화가 깨질 것을 두려워해서 무난한 이야기만 하고 넘어간다. 예수님은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마태. 10,34) 또 이런 말씀도 하셨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이제 지방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민들이 투표지 명단 어디에 찍는가에 따라 윤석열 같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대권을 손에 넣고 나라의 정치,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노동 등 모든 분야를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혼자 망상에 빠져 멀쩡한 21세기의 사회를 몇십 년 되돌리는 광기 어린 내란 사태로 몰아갈 수도 있다.

 

 

지금 제주에도 제2공항 문제가 여전히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고, 슬금슬금 우주산업개발이라는 그럴듯한 치장으로 무기 개발의 마수가 도민의 보금자리 밑바닥을 파고들어 오고 있는데 여당도 야당도 제주도민들도 넋 놓고 무관심한 상태다. 이번 제주도의원 선거에서 교육의원 5석을 비례대표로 전환하여 비례대표 의원이 8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나기는 하지만, ‘정당 득표율 5% 허들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전문성 있는 소수정당 의원들의 도의회 진입을 여전히 어렵게 해놓고 거대 여당 야당이 나눠 먹으려 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 정신 차리고 제주를 지키기 위해서 제대로 정의로운 투표권 행사를 함으로써 거시적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모든 도민들이여! 정신 차리고 의로운 선거를 통해 제주도를 지키고 지구를 지켜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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