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강우일 주교님 강정생명평화미사(8월)

센터알리미 0 6 16:23

연중 21주간 수요일 2026.8.26. 강정

2테살. 3,6-10.16-18 마태오 23,27-32

 

요즘 매일 우리는 예수님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나무라는 꾸짖으심을 계속 듣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이들에게 아주 직설적으로 날카로운 질책을 쏟아내신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지도층 사람들, 여론을 주도하는 엘리트 지식인 계층이었다. 오늘 우리 사회에 비하면 서울 서초동 주변의 법조인 같은 사람들이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정의와 자비와 신의 같은 아주 중요한 율법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 너희는 작은 벌레들은(각다귀, 모기) 걸러내면서 낙타는 그대로 삼키는 자들이다. ........ 너희는 잔과 접시의 겉만은 깨끗이 닦아 놓지만 그 속에는 착취와 탐욕이 가득 차 있다. 먼저 잔속을 깨끗이 닦아라. 그래야 겉도 깨끗해질 것이다.'

 

이스라엘 율법에는 해마다 세 종류의 농산물 즉 곡식과 포도주와 올리브기름에서 십 분의 일을 떼어 하느님께 드려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신명 14,22-29).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이 십일조를 더 열심히 지키기 위해 허브 종류에까지 확대시켜 엄격하게 지키도록 가르쳤다. 예수님께서는 율사와 바리사이들이 가난한 사람들, 작은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의, 힘들에 사는 이웃에 대한 자비와 애덕 실천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손바닥 한 줌 밖에 안 되는 야생풀들은 보라는 듯이 생색내며 십일조로 바쳐서 율법 준수를 과시하는 것은 정말 본말이 전도된 위선이라고 신랄하게 꾸짖으신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런 말씀도 말씀하신다. 불행하여라, 너희가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은 죽은 이들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회칠한 무덤 같다. 겉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 ..... 너희는 예언자들의 무덤을 만들고 의인들의 묘를 꾸미면서 우리가 조상들 시대에 살았더라면 예언자들을 죽이는 일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한다.” 율사나 바리사이나 안식일 율법이나 십일조 율법이나 규정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시행세칙을 만들어 지킴으로써 나무랄 데 없는 자타가 공인하는 그 시대의 의인들이었고 지도자들이었다. 그런 사람들 보고 예수님은 속은 썩을 대로 푹푹 썩은 시체가 묻혀 있는데 겉으로만 하얗게 회칠한 무덤과 같다고 하신다.

우리 한국 교회는 각 교구마다 곳곳에 순교 성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꾸미고 신자들이 자주 순례하여 순교자들의 유덕을 현양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거기에 쏟아붓는 재정적 인적 자원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우리가 순교 성지를 방문하며 순교자들의 신앙과 성덕을 기리고 이어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유적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꾸미는 일보다 오늘 살아있는 하느님의 자녀들, 강도 맞아 초죽음이 되어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 태풍 같은 자연 재해로 경작한 농산물 깡그리 떠내려 보낸 사람, 산불로 모든 재산 다 태워 먹은 사람들, 죽을병에 걸려 가산을 탕진한 사람들, 불의한 권력에 짓밟혀서 재산도 직장도 빼앗기고 절망에 사로잡힌 사람들, 지금 고통당하고 눈물짓는 사람들을 살리고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일에 좀 더 우리의 구체적인 도움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예수님께서 정말 크게 기뻐하실 것이다.

 

1980년대 불교계 민주화를 이끌었던 명진 스님이 며칠 전 서귀포 앞바다에서 프리 다이빙 중에 사고를 당하셨다. 나는 명진 스님을 10년 전 한베평화재단을 시작하면서 같은 이사진으로 만났다. 명진 스님은 198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명동성당에도 오셨다고 한다. 고인은 그냥 사회 정화를 위해서만 일하신 것이 아니라 불교계 개혁을 위해서 앞장서시고, 조계종 총무원 운영의 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도 추상같이 꾸짖었다. 동료였던 자승 스님에 대해서도 가차 없는 비판을 제기하셨고,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4대강 사업과 민주주의 후퇴를 비판하셨다. 강남의 제일 큰 절이었던 봉은사 주지로 있으면서 봉은사 재정을 공개하시고 봉은사 운영을 민주적으로 하면서 봉은사와 조계종 전체의 개혁을 위해 1000일 기도를 바치셨다. 명진 스님은 강남에서 제일 큰 사찰인 봉은사의 주지 방을 자승 스님에게 내주고 자신은 작은 방으로 물러나셨는데 자승 스님은 정권과 유착하여 명진 스님과 멀어졌다. 그러다가 총무원이 봉은사를 직영 사찰로 전환하니 그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자 정권과 종단 권력의 눈엣가시가 됐다. 이 과정에서 2010년 국가정보원의 사찰 받고 말도 안 되는 거짓 혐의에 덮어씌워져 봉은사 주지에서 쫓겨났고 2017년엔 승적을 박탈당하여 조계종 어느 절에도 거처할 곳이 없어 굉장히 어려운 세월을 보내셨다. 이런 총무원의 결정에 항의하여 법원에 제소하여 1,2심 다 승소하고 금년에 승적이 회복되었다.

 

명진 스님은 청년 시절 파병돼 겪은 베트남 전쟁의 참상은 사회운동가로서의 삶을 받치는 뿌리가 됐다. 베트남전 종전 40주년인 2015년에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들이 우리나라에 초대되어 와서 체험을 이야기할 때 그 앞에 나가서 무릎을 꿇고 사죄의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2009년에는 봉은사 개혁 1000일 기도를 마치자마자 용산 참사 현장으로 달려가 유가족에게 성금 1억 원을 전달했고 세월호·이태원 참사 등 약자들의 눈물 흘리는 곳에는 빠짐없이 방문하여 위로와 격려의 행각을 계속하셨다. 2012년 대선 때는 박정희 시대를 역사에 맡기자고 한 박근혜 대선 후보를 향해 역사가 전당포냐. 왜 걸핏하면 역사에만 맡기자고 하느냐고 거침없는 죽비와 같은 멘트를 날리며 참회를 촉구하였다.

 

명진 스님은 몇 해 전에 한베평화재단 이사진이 제주도에서 워크숍을 하는데 지팡이를 짚고 오셨다. 어쩐 일이냐고 물으니, 승려 생활에서 가부좌를 너무 오래 틀다 보니 무릎이 다 나가서 수술받고 오는 길이라고 하셨다. 그 후 무릎을 살리기 위해 물속 깊이 잠수하여 다리 근육을 키우는 일을 하시고 물속에 3분 넘게 머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기뻐하셨는데 너무 무리를 하셔서 이번에 사고를 당하신 것 같다.

명진 스님은 불교계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세례자 요한 같은 예언자이셨다. 하느님께서 이런 위대한 예언자로 일하신 명진 스님에게 영원한 빛과 안식으로 인도하시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우리 한국 교회도 이런 예언자를 보내주시고 교회가 과거의 훌륭하신 선열들의 무덤을 자꾸 가꾸는 일보다 살아있는 하느님의 자녀들, 눈물 흘리고 고통받고 힘들게 살아가는 형제자매들 보살피고 그들 편이 되는 교회가 되게 해주시기를 청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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