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제주 제2공항 추진에 대한 천주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의 입장

 

제주 제2공항 추진에 대한

천주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의 입장


지난 36일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의견을 국토교통부에 통보했으며 이에 국토교통부는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보고서를 제주도에 보내고 제주도의 의견 제시 단계까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환경부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미흡하다며 2번이나 반려했던 사항(항공기-조류 충돌 영향 및 서식지 보전,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법정보호종 관련, 숨골 관련)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타당성 검토가 미진한 상태에서 국토교통부의 일방적인 추진에 깊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제주도는 현 공항만으로도 매년 1,5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맞고 있으며, 아름답고 깨끗함을 간직했던 제주는 쌓여가는 쓰레기와 넘쳐나는 오·폐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도내 봉개동부서부우도 등 일부 매립장은 수용치를 넘은 지 오래이며 쓰레기 처리에 대한 제주도의 뾰족한 방안도 아직 없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수요예측에 따르면 향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4,5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제2공항의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공항이 아니라 제주가 포화된 지금 제주도 환경이 연간 4,500만 명의 관광객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클 수밖에 없으며 이미 2019년에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했다 되돌아온 쓰레기 출처가 제주도로 밝혀지며 국제 망신을 산 바 있습니다.

 

2공항 예정지의 환경문제는 차고 넘치는 상황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성산읍을 예정지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환경문제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입지 예정지의 환경 훼손 문제는 제2공항 입지 선정이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국제기준의 공항 건설을 위해 예정지 주변 10개의 오름을 잘라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또한, 사업 예정지에는 농지와 마을의 수해를 막고, 지하수 함양 역할을 하는 150여 개의 숨골이 분포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업 예정지 인근은 제주도 내 최대 철새도래지입니다. 이에 따라 조류 충돌로 인한 항공기 안전 문제와 조류 서식지 보호 방안이 문제로 제기되었고, 이는 환경부가 입지가 부적합하다는 취지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던 사항입니다. 이 외에도 맹꽁이, 두견이, 남방큰돌고래 등 다수의 법정 보호종들이 제2공항 계획으로 인해 서식지 훼손 우려가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제2공항 예정지 발표 이후 도민사회는 공항 건설 찬·반 갈등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특히, 예정지 선정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전혀 듣지 않은 채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문제가 큽니다. 이는 토지수용 대상 지역 주민은 물론 피해지역 주민들의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에 두 개의 공항을 짓는 계획 역시 과연 제주의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바람직한 정책인지 도민사회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협의를 통한 동의 과정이 부재한 상태에서 국토교통부는 제2공항 건설 절차를 강행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제2공항 문제로 인한 지역 내 갈등은 8년째 계속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피해지역 주민과 소위 수혜지역으로 인식하는 주민들 간의 갈등은 농촌공동체를 붕괴하고, 주민들 간의 신뢰 관계마저 잃게 하고 있습니다.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주민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비민주적 행태에서 기인한 결과입니다.

 

제주 제2공항 군사적 사용에 대한 가능성과 필요성이 언급되고, 심지어 공군에서는 제주도가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를 내놓으면, 이미 군 공항인 알뜨르 비행장을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발표까지 했습니다. 원의 군사기지인 탐라총관부 설치 이후 목호(牧胡) 난을 겪었고, 일제의 제주 군사기지화 이후 제주 4·3의 참혹한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아직도 그 슬픔을 겪어내고 있는 제주가 다시 열강의 세력 다툼 속에 군사기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제주는 한··일 삼국의 갈등을 중재하고 동북아의 평화가 시작되는 평화의 섬이 되어야만 합니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오름, 곶자왈, 습지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화산섬의 지질적, 경관적,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지질공원과 람사르습지로 인증됨은 물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보물입니다. 제주 사람들은 협력과 배려의 수눌음과 공동체 문화로 돌과 바람만 많은 척박한 생활환경을 잘 이겨내며 만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주가 지금 미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켜야 할 것은 제주다운 자연과 섬의 문화입니다. 제주를 찾아오는 여행자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가 아니라 제주만이 가진 제주다움을 경험하고 배우러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주에 터 잡고 살아갈 미래 세대 역시 지금 제주 그대로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제주는 제주다울 때 가장 단단한 문화를 가질 수 있고, 문화가 단단하면 인간도 자연도 함께 공존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민과 후손 대대로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와도 같은 천혜의 생태환경의 배를 갈라 황금알을 꺼내어 자신들의 천박한 속을 채우고, 제주인에게 항상 소박하지만 필요한 모든 것을 내어주던 자연이라는 거위를 죽이려는 어리석으면서도 끈질긴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소지(小智)와 소욕(小欲)에 대항하여 천주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는 제주 생태계 질서 회복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2023. 4. 23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가톨릭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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