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강우일 주교님 강정생명평화미사(7월)

센터알리미 0 1,011 2022.07.21 13:20

2022720일 수요일 [() 연중 제16주간 수요일]

강정생명평화미사

- 강론/녹취록 : 강우일 주교님 -

안녕하십니까? 강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동안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면서 많은 병자를 고쳐 주시고 마귀를 쫓아내셨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 희망을 걸고 몰려들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병 고치려는 욕심으로 왔고 또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 율법을 가르치는 스승들에게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말씀을 아주 시원시원하게 들려주시는 예수님 말씀을 들으려고 몰려들었습니다. 얼마나 많이들 몰려 왔는지 식사하실 겨를조차 없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혼자서 그 많은 이들을 상대하기에 한계가 있으니까 제자들 중에 사도들을 파견해서 당신이 하시는 말씀을 그대로 다 옮겨서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사도들도 나가서 열심히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 중에 이스라엘 백성들 전체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여론을 지배하던 지도자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은 예수님 말씀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고 사사건건 예수님 말씀에 시비를 걸고 비판하고.. 요새 말로 얘기하면 부정적인 댓글만 계속 달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복음에 예수님이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셨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부지런히 복음의 씨앗을 뿌리셨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스라엘 백성의 종교적 정신적 세계를 주도하던 사람들 대부분은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봐서는 몇 안 되는 아주 소수의 사도들과 제자들만이 예수님 말씀을 받아들이고 따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자들은 아마 예수님과 사도들 말씀 선포가 아무런 메아리 없이 그냥 허공에 울려 퍼지고 마는 것이 아닌가.. 마치 맨땅에 헤딩 하는 것으로 느껴지고 허탈해지고 공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 아닌가.. 그래서 오늘 예수님이 들려주신 비유의 중심은 이스라엘 사회가 좀처럼 예수님 말씀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그 말씀의 씨앗이 대부분 길바닥이나 돌밭이나 가시덤불 같은 데로 떨어져서 말라 죽어 버리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안 되는 사도들과 제자들에게 뿌려진 말씀은 열매를 맺어서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 열매를 맺고야 만다는 그런 메시지를 예수님이 들려주시는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의 힘에 신뢰하고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뿌려진 씨앗이 말라 죽어 그냥 없어지는 것 같이 보일지 몰라도 실망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뿌리신 여럿 씨앗이 그냥 말라버린다고 해도 씨앗 여러 개가 다 말라서 사라진다고 해도 씨앗 하나라도 땅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내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그 열매가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에 이른다. 그러면 말라죽은 씨앗의 몇 배를 더 거두게 되고 추수 때는 분명히 농부가 목적한 수확을 충분히 얻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시대도 갈수록 하느님 말씀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는 그런 세대를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직 이 나라에는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상당수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세례 받고 나서 얼마 안가 나태해지거나 냉담해지고 맙니다. 그나마 신앙생활하려고 하던 사람들도 코로나가 유행을 하니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면기에 들어갔습니다. 바빠도 주일미사만은 꼭 참여하고 신앙생활을 계속한다는 사람들도 일주일에 한 시간은 신자로써 살지만 나머지 시간.. 나머지 가정생활. 사회생활 대부분에서는 믿지 않는 사람들과 사실 별반 다를 바 없는 그런 삶을 사는 이들이 많습니다. 미사 때 헌금은 내지만 일터에서 아니면 사회생활에서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의 의로움, 하느님의 올바름, 하느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는 상당히 무관심하게.. 아니면 역으로 하느님의 정의를 짓밟으며 사는 이들이 많습니다.

며칠 전에 저와 함께 사는 신성여중 교장으로 있는 송동림 신부님이 저에게 기쁜 일이 있다면서 식탁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교장실에, 며칠 전에 엊그제 여중생 둘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여중생들이 교장실에 찾아와서 웬일이냐고 했더니 요즘 우리나라 일류대학에서도 일하는 노동자들이 "더운 날씨에 쉴 공간이 없고 몸 씻을 공간이 없다면서 파업에까지 돌입한 그런 이야기를 뉴스에서 들었는데 우리 학교에는 급식실에 일하시는 우리 아주머니들이 제대로 쉴 공간이 있습니까? 몸 씻을 공간이 있습니까?" 하고 교장신부님에게 물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장신부님은 여중생들이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급식실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 걱정을 해주는 것이 너무나도 기특하고 흐뭇해서 참 반가운 소식이라고 하면서 저한테 전해주었습니다. 신성여중에는 다행히 몇 년 전에 충분한 공간을 마련해서 일하시는 분들이 쉬실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고 힙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 말씀을 듣고도 그 말씀과는 무관하게 아니면 무관심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고 그래서 이 세상은 아무리 해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러나 이런 어린 이 여중생들처럼 세상 속에 힘들게 사는 사람,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교장실을 찾아서 문의할 정도의 용기를 갖는 이들이 이 세상에는 분명히 구석구석에 조금씩 이지만 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빠듯하게 살면서 하느님 말씀을 조금이라도 생활 속의 실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제 서울 영등포에서 요셉의원이라고 하는 행려자들, 노숙자들을 무료로 치료 해주는 요셉의원에 책임을 진 서울교구 신부님이 저한테 인사를 왔습니다. 요셉의원이라는 병원은 의료진을 비롯해서 모든 일하는 분들이 자원봉사로 일해 주는.. 오로지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의 후원에 의해서 운영되는 병원입니다. 그래서 이 신부님이 발령받은지 얼마 안돼서 코로나 사태를 맞이해서 이 병원이 제대로 유지가 될지.. 운영이 될지 걱정을 하면서 부임했는데 희한하게도 이 어려운 시기에 이 요셉의원 후원자들의 후원금이 더 늘었다면서 저에게 정말 환한 얼굴로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세상 사람들 중에 또 우리 신자들 중에 과연 몇 퍼센트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런 의로움을 실천하려고 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해준 사람들! 또 전국 곳곳에서 생존권과 인간의 기본권을 위해 힘들게 싸우는 이들에게 다가가서 함께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밀양의 할머니들에게 또 이 강정에까지 찾아와서 힘겨운 싸움을 싸우는 이들과 함께하려는 이들!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서른 배, 육십 배, 백 배의 열매라고 생각됩니다. 

 

- 군사기지 없는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싸움 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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