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강우일 주교님 강정생명평화미사(5월)

센터알리미 0 1,395 2022.05.26 09:38

2022525일 수요일 [() 부활 제6주간 수요일]

 

1독서 사도행전 17,15.2218,1 <여러분이 알지도 못하고 숭배하는 그 대상을 내가 여러분에게 선포하려고 합니다.>

복음 ? 요한 16,12-15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 강론 강우일(베드로) 주교님[녹취록]

? 찬미 예수님.

 

엊그제 523일부터 스위스 다보스라는 데서 소위 "다보스 포럼"이라는 것이 개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전환기 시대의 여러국가들의 정책, 경제정책에 대해서 논의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세계 석학들이나 지도자들이 모여서 세계정세와 경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각자의 전망과 주장을 내세우는 그런 국제적인 회의입니다.

 

그런데 이 "다보스 포럼"의 원조가 오늘 첫째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아레오파고스라는 곳에서 그리스 사람들과 토론하는 장면을 우리가 읽었는데 다보스 포럼의 원조가 바로 아레오파고스입니다. 그리스의 귀족과 지식인들, 내로라하는 아테네의 그 잘난 사람들이 아레오파고스라는 곳에 모여서 재판을 열기도 하고 또 국가 중대사를 의논하기도 하고 또 새로운 어떤 주장이나 사상을 펼치기도 하는 그런 장이었습니다.

이 아레오파고스에서 바오로 사도가 예수님을 선포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 지식인들에게 '예수'라는 분에 대해서, 수난 하시고 돌아가시고, 세상을 구하러 오신 분에 대해서 얘기를 하니까 처음에는 그리스인들이 '솔깃하게' 듣고 있었는데 나중에 "그분이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셨다"라는 '부활'에 대한 이야기를 바오로 사도가 하니까 '저 무슨 소리야'하고 비웃다가 '그 점에 관해서는 다음에 듣겠소'하고 그냥 자리를 다 떴다고 합니다. "예수님이 죽음에서 부활하셨다"라는 이야기는 그리스인들의 철학적인 언어, 학문적인 담론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바오로의 '아테네 전도 여행'은 한마디로 '실패'로 끝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의 여러 지방을,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복음을 선포한 다음에 코린토라든지 필리피라든지 콜로새, 테살로니카 이런 여러 곳에 교회 공동체가 설립되고 했는데 아테네에는 그런 흔적이 안 보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필리핀인들에게 보낸 편지 또는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 이렇게 편지 쓰셨는데 아테네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는 없습니다. 안다는 사람,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식이 걸림돌이 되어서 인간의 이성적인 논리와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하였습니다. 오늘 요한복음에서 수난을 앞두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하지 않으시고 '감당하지 못한다. 지금은' 그런 표현을 쓰셨습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는 인간의 이성적인 지식으로 풀이할 수 없는 그런 "차원이 다른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제자들에게 '세상을 구하러 오신 분이 세상의 제일 낮은 자리로 내려가서 수난 하시고 죽어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죽음을 겪으시고 다시 또 살아나신다'라는 것은 더더욱 일찍이 들어보지도 못하고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진리의 영이 오시면 너희가 지금 이성적인 이해와 그 논리로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훨씬 더 높은 진리 안으로 너희를 순식간에 인도해주실 것이다'하고 "진리의 영이 오실 것"을 말씀하십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이 지구촌 전체를 뒤흔들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건강을 잃고, 일자리를 잃고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 코로나 팬데믹은 현대인들이 그동안 무제한으로 계속해온 '개발과 생산, 소비와 폐기'로 생태계 전체가 파괴되고 자연의 질서가 교란되어서 일어난 '인재'였다고 석학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도래하기 전부터 우리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찬미받으소서(Laudato Si´)회칙을 통해서 <인간들의 무책임한 남용과 약탈과 폭력으로 우리 공동의 집, 우리의 어머니와 우리 누이 같은 지구의 흙과 물과 공기 그리고 모든 생명체가 병들고 울부짖고 있다!>고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이 '현대의 예언자' 프란치스코의 고발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좀 꺾이는 듯 보이니까. 세계는 다시 정신없이 공장을 돌리기 시작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하면서 땅과 물과 하늘을 부지런히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위세를 떨치는 기간 동안 (예전에) 제가 마당에서 제주 하늘을 보면 비행기 엔진이 뱉어내는 하얀 '비행운(飛行雲)'이라고 하나요? 엔진에서 길게 하얗게 꼬리를 물며 남기는 배기가스. 그게 안 보였었어요. 그런데 요즘 다시 보이기 시작했어요. 제주 하늘을, 그 파란 하늘을 비행기들이 쏟아내는 배기가스들로 계속. (하늘을) 보다 보면 보이는 게 다 동남아 쪽으로 가는, 중국 쪽으로 가는 국제선 비행기들이 쏟아내는 건데 그동안 안 보이다가 요새 다시 계속 우리 머리 위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길게 꼬리를 늘어뜨려 놓고 다니고 있습니다. 엊그제 서울에서 볼 일이 있어서 올라갔다가 보니까 서울 하늘은 제주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뿌연 매연과 미세먼지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인간의 오만과 방종'에 대한 '하늘이 보내신 아주 선명한 경고 메시지'였는데 인류는 자신의 욕심에 사로잡혀서 이 경고를 그냥 '못 들은 척'하고 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새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라면서 "민간이 중심이 되는 친시장 행보로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 민간이 중심인 시장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 그렇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건 다시 말해서 이명박 정부 시절 하던 민영화 정책을 다시 뚜껑을 열겠다는 얘기입니다. '시장과 기업이 세상을 주도'하도록 '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세계는 이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이 지구를 막다른 골목으로 기후 위기와 또 사회 양극화로 끌어왔다는 사실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직시하면서 이대로는 이 세상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탈성장'을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우리의 대기를 끊임없이 오염시키고 기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탄소화! 이것을 벗어나야 하겠다! '탈탄소화'로 가지 않으면 이 세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대부분의 나라에서 거기에 동의하고 판단하고 그러면서 2050년까지는 탄소배출을 0로 만들어야 되겠다! 그렇게 각국 수뇌부들이 거기에 공감을 표하고 나름대로 각국마다 탄소 줄이기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도 정부에서 세우긴 세워 세워놨지만,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어요, 짓고 있어. 그런데 우리나라 새 정부는 이 지구 전체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와 코앞으로 다가온 재앙에 눈길도 안 주면서 다시 과거로 뒷걸음쳐서 ''민영화' 얘기를 하고, '친시장' 얘기를 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고 하니까 정말 너무나 깜깜한 무지와 그 완고함에 입을 벌리고 할 말이 없습니다.

 

"진리의 성령께서 오셔서" 이 무지와 완고함에 사로잡혀 있는 그 영혼들을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참된 진리로 인도해 주시기"를 오늘, 이 미사 중에 우리는 한마음으로 성령께 간청하도록 합시다.

 

[군사기지없는비무장평화의섬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싸움 5487]

20225월 25() 오전11시 강정생명평화미사 / 강론강우일 주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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